청년 루터 (불안한 영혼의 정신분석)

청년 루터 (불안한 영혼의 정신분석)

$26.00
Description
불안으로 들끓는 청년 루터의 내면을 해부하는 정신분석 혁명가 에릭 에릭슨의 기념비적 저작
1505년 천둥 벼락이 내리치던 어느 날, 공포에 휩싸여 극심한 불안에 떨던 스물한 살의 학생 루터는 그 자리에서 수도사가 되겠다고 하늘에 맹세했다. 그리고 불과 10여 년 만에 기독교 세계를 뿌리째 뒤흔든 거대한 반역자, 자기 시대의 가장 뛰어난 웅변가, 무서운 카리스마를 지닌 영적 지도자가 되었다.
《청년 루터》는 20세기 위대한 정신분석가 에릭 에릭슨이 청년 마르틴 루터가 겪은 격렬한 내면적 갈등을 예리하게 분석한 ‘심리 전기’다. 에릭슨은 이 책에서 심리학과 역사학을 결합한 독창적인 방법론을 구축해, 성경 강해와 《탁상담화》 같은 루터가 남긴 방대한 문헌을 조사하고 루터에 관한 가톨릭·개신교·정신의학·사회학 분야의 해석들을 가로질러, ‘종교개혁’이라는 역사적 대전환을 불러온 예외적 정신을 조명한다. 아버지에 대한 순종적이고도 반역적인 오이디푸스적 관계에서 시작해 과잉 순응으로 치달은 자기 처벌적인 수도원 생활, 내면의 악마와 싸우는 극렬한 불안 발작, 교황청이라는 대타자와 벌인 목숨을 건 대결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루터의 정신이 분출하는 결정적 장면들을 포착하여, 근대의 문을 연 역사적 인물의 심리적 초상을 순도 높은 통찰의 언어로 그려낸다.
저자

노승영

저자:에릭에릭슨
독일출신미국심리학자,정신분석가.‘인간발달이론’과‘정체성위기이론’을정립했다.프랑크푸르트에서덴마크출신유대인어머니에게서태어났다.어린시절부터유대인과는다른외모때문에자신의정체성을두고혼란을겪었다.김나지움을졸업하고예술가를꿈꾸며유럽각지를떠돌다1927년부터6년동안오스트리아빈의정신분석연구소에서지크문트프로이트의딸아나프로이트에게정신분석훈련을받았다.1933년나치의탄압을피해미국으로건너간후하버드의과대학에서미국최초의아동정신분석가로활동하며명성을쌓았고,이후캘리포니아대학(UC버클리)과예일대학을거쳐1960년부터하버드대학에서교수로재직했다.
에릭슨은인간의심리를바라보는관점을프로이트의‘성’중심에서‘사회·역사’로확장함으로써,정신분석학뿐아니라역사학,종교학,인류학,정치학,사회학의여러분야에광범한영향을주었다.1958년에출간한기념비적저작《청년루터(YoungManLuther)》는종교혁명가마르틴루터의삶을정신분석적관점에서들여다본‘심리전기’다.루터의치열한내적투쟁이어떻게근대의서막을열었는지탐구함으로써,이책은‘심리전기’의전범이되었고고전의반열에올랐다.1994년영국〈더타임스〉는“1945년이후서구정신에가장큰영향을끼친100권의책가운데하나”로선정했다.1969년에는마하트마간디의삶을그린또다른‘심리전기’《간디의진리》를출간했고,이듬해이책으로퓰리처상과전미도서상을받았다.《유년기와사회》《정체성:청년과위기》《인생의아홉단계》를비롯한여러저서를남겼다.

역자:노승영
서울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대학원인지과학협동과정을수료했다.컴퓨터회사에서번역프로그램을만들었고환경단체에서일했다.“내가깨끗해질수록지구가더러워진다”라고생각한다.《번역가모모씨의일일》(공저)을썼으며,《약속의땅》《세계숲》《오늘의법칙》《향모를땋으며》《스토리텔링애니멀》등의책을우리말로옮겼다.2017년《말레이제도》로제35회한국과학기술도서상번역상을,2024년《세상모든것의물질》로제65회한국출판문화상번역상을받았다.

목차

머리말

1장청년루터와정체성위기
2장성가대석의불안발작
3장지상의아버지와하늘의아버지
4장창조적정신의자기거부
5장순종과반역의역설
6장내면의혁명-죄의식에서믿음으로
7장분노하는영적지배자
8장비범성과신경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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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945년이후서구정신에가장큰영향을끼친100권의책가운데하나”-〈더타임스〉

악령에시달리던영혼은어떻게
역사를바꾼위대한정신이되었나?

에릭슨은인간이중대한인생의전환기에자신이누구인지혼란스러워하는‘정체성위기’를겪는다는심리적사실을발견해이론으로정립했다.이책은이정체성위기이론을메스로삼아청년기루터의삶을해부한다.내면의격렬한충동을억누르며부모의뜻을따르던루터는아버지의소망을거슬러수도사가된뒤로청년기내내극심한죄의식과혹독한우울증에서벗어나지못했다.
에릭슨은루터가폭발시킨종교적창조성의밑바닥에서이러한신경증적고통을포착해분석하고,가톨릭에맞선루터의신학적투쟁을비범한청년이그때까지지녀온정체성을벗고새로운자아로재탄생하는정신의싸움으로해석한다.또루터의투쟁에서동시대르네상스인들의인간중심주의를발견하고,프로이트와다윈이보여준사상적독창성의선례를찾아낸다.더나아가루터의불안과분열속에서20세기정치적재앙을불러온아돌프히틀러의심리적원형을끄집어낸다.이책은중세와근대가엇갈리는이념의격변기를역사적으로분석하고정체성의의미와종교성의본질을탐구함으로써,인간루터에대한이해지평을넓힘과동시에정신분석이라는학문의해석지평을넓힌기념비적저작이다.

혁명가이자반혁명가였던‘문제적인간’루터

“루터는기독교세계에지대한영향을끼친환자다.”-키르케고르“우리는루터와종교개혁에모든것을빚지고있다는사실을전혀알지못한다.”-괴테

중세로마가톨릭의권위에맞서16세기종교개혁을이끈‘종교개혁의아버지’마르틴루터(1483~1546)는유럽정신사의지형을뒤흔들어근대문명의시작을알린위대한혁명가이자사상가다.동시에루터는농민과유대인을향한잔혹한폭력을정당화하는데앞장선반혁명가이며,종교적권위에저항하면서도세속적권위에복종하는모순적태도를보이기도했다.그런만큼루터를둘러싼평가는첨예하게엇갈려왔다.“자유로운근대세계의개척자”(헤겔),“로마의폭정을무너뜨린헤라클레스”(울리히츠빙글리),“자본주의정신을낳은혁신가”(막스베버)로추앙받는가하면,“악마의제자”(토머스모어),“르네상스를망친자”(니체),“나치의반유대주의의원조”(카를야스퍼스)라는날선비난을받기도했다.혁명가이자반혁명가,종교의개혁자이자권위의수호자였던‘문제적인간’루터를우리는어떻게이해해야하는가?
에릭에릭슨은《청년루터》에서자신의정체성발달이론을역사적인물에접목하는대담한시도를펼쳐보이며역사심리학의새로운지평을열었다.에릭슨은루터를과거에박제된화석같은존재가아니라,근대의심연을비추는거울이자오늘날의세계를이해하기위한정신의창으로바라본다.에릭슨은루터의삶을통해역사의흐름속에서인간정신이어떻게시대적갈등을드러내는지,그리고그갈등이어떻게역사적전환을이끄는지날카롭게통찰한다.개인의정체성위기와시대적모순이교차하는지점에주목한이책은오늘날우리가겪는혼란을되돌아보게하는깊이있는성찰의계기를제공한다.

격렬한논쟁을불러일으킨심리학의고전

에릭에릭슨의《청년루터》는1958년출간직후부터학계에서큰반향을일으키며격렬한논쟁의중심에섰다.정신의학자로버트콜스,신학자라인홀드니버와도널드캡스는이책을“역사와정신분석적통찰을가장성공적으로접목한작품”,“깊은만족감을주는심오한연구”,“심리학적종교연구분야의고전”으로높이평가했으나,주류신학계와역사학계에서는“루터를정신분석가의상담의자에눕혔다”고반발하며에릭슨의독창적인시도를격렬하게거부했다.
그러나가장신랄한비판자들조차“어떻게이토록문제많은책이이렇게훌륭할수있는가?”(조지린드벡),“결함이있으나선구적인작품”(피터게이)이라는찬사를보낼만큼에릭슨의통찰력을인정했다.한인물의내면과시대정신을심리학적으로통합한에릭슨의분석작업은이후역사심리학이라는새로운학문분야로자리잡았으며,피터게이(역사학자),앤서니스토(정신의학자),엘리자베스영-브루엘(정신분석가)을비롯한역사적인물을다루는현대의전기작가들에게깊은영향을끼쳤다.

루터의불안발작-정체성위기의징후
에릭에릭슨은종교개혁가마르틴루터가종교적혁신을이루기전인20대젊은수도사시절,극심한신경증적고통을겪었다는사실에주목한다.루터는미사도중불안발작을일으킬정도로심각한내적갈등에시달렸다.그의증상을두고개신교는신의은혜로운개입으로,가톨릭은영적타락의증거로,정신의학은생물학적정신병으로,사회학은계급적이해관계의충돌로각각의의미를부여해왔다.그러나에릭슨은이와같은해석들이루터라는인물의심리적진실을외면할뿐아니라사회적·역사적맥락을제대로드러내지못한다고비판한다.그는정신분석적관점에서루터가겪은고통을‘정체성위기’로진단하며,그가처한시대적분위기와훈육환경,그리고개인적기질을세밀하게분석한다.

루터와프로이트-고통에서태어난창조적정신
이책에서에릭슨은루터의생애를들여다보며청년기정체성의위기속에서뛰어난창조성을발휘한다른시대,다른공간의천재들을만난다.레오나르도다빈치,다윈,키르케고르,프로이트,조지버나드쇼는각기다른분야에서내면의갈등을창조의원천으로삼은인물들이다.에릭슨은특히‘정신분석의창시자’프로이트와루터를겹쳐보며두인물의정신적궤적에서뚜렷한유사성을포착해낸다.두사람은모두‘아버지콤플렉스’와싸우며청년기내내내면의문제에깊이몰두했고,그과정에서극심한고통과반복된좌절을경험했다.그러나바로그고통의심연에서기존질서를뒤엎는창조적돌파구를마련했는데,루터에게서는하느님과직접관계를맺는신학,즉프로테스탄티즘이,프로이트에게서는인간정신의무의식을해명하는정신분석이태어났다.

지상의아버지와하늘의아버지
루터의아버지한스루더는바깥에서는모범적인시민이었지만,가정안에서는절대적권위를행사하며자녀들을엄격히통제한권위적인아버지였다.루터는아버지의기대에따라순종적으로자랐지만,내면에는두려움과존경심이얽힌복잡한감정이커져갔다.에릭슨은이러한심리적갈등이루터의‘오이디푸스콤플렉스’를형성했으며,이는훗날하느님이라는초월적존재에대한양가적감정으로이어졌다고본다.루터는법조인이되길바랐던아버지의뜻을거슬러수도사가되기로결심했는데,이첫반역은아버지세계에서벗어나자신의내적진실성을따르려는욕구의표현이었다.그이후루터는점차불복종의길로나아갔고마침내교황과그의체제에맞서투쟁을시작할수있었다.

내면의혁명-죄의식에서믿음으로
루터는‘최후의심판’을두려워하던중세적신학에서벗어나‘오직믿음’으로구원에이를수있다는새로운근대적신학을발전시켰다.에릭슨은이러한신학적전환이1512년루터가신학박사가된이후시작된성경강의에서예비되었다고말한다.깊은영적불안과자기확신의결여속에서죄의식에시달리던루터는스승슈타우피츠박사의권유로성서연구자의길을걷게되었고,이시기에전통적스콜라주의신학의틀을넘어서‘믿음을통해의로움을인정받음(이신칭의)’이라는주제를깊이고민하며자신만의신학을정립해나갔다.에릭슨은루터의신학적독창성이단지교리탐구의결과가아니라루터의개인적고뇌와정체성위기에서비롯한것이며,궁극적으로는모든의심이전에존재하는믿음으로돌아가는‘유아기적신뢰상태로의회귀’라고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