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성의가면에서빠져나오면
그어떤장애도날개로변한다!
2018년데번프라이스교수가처음블로그에자폐에관한글을쓰기시작했을때,그의메일함에는“혹시저도자폐인인가요?”라고묻는이메일이5000통넘게쌓였다.그들이의구심을품는이유는,현재의자폐스펙트럼장애진단이‘중산층,이성애자,남성,백인’을기준으로세워졌다는저자의연구결과때문이다.질병에도계급이있다.책에따르면같은자폐인이어도사회적소수자일수록증상을무시당하거나,고통을호소해도‘교활한’혹은‘공격적’이라고취급받는다.자폐당사자가여성일경우에는‘여자라너무예민하다’며외면당하고,유색인일때는‘위험한인물’로구분된다.사회빈곤층이거나노인일경우에는진단받을기회조차주어지지않는다.성별이남성이어도전형적인자폐증이미지에들어맞지않으면진단을받지못하기도한다.
우리에게는더근본적인자료가필요하다.저자는자폐인당사자인자신의사례를비롯해사회적가면을쓴수많은신경다양인을직접만나심층인터뷰하고자폐인의장점인‘집요함’을무기로논문,블로그게시물,유튜브동영상,진단검사자료까지닥치는대로샅샅이조사했다.이로써자폐인을비롯한사회적소수자들이어떤‘정상성의가면’을쓰고사는지,그가면이어떻게사회를병들게하는지이한권으로증명해낸다.마지막으로드디어자폐인이자트랜스젠더인스스로를받아들이고긍정하게된본인의실제사례와주변의다른성공적인예시들을보여주고,우리에게덧씌워진가면을벗어던질실질적인방법을논한다.
“무엇보다도이책에서는가면자폐인이자신의신경학적특성에솔직해지기위해취할수있는전략을보여주고,신경다양성을포용하는세상은어떤모습일지설명할것이다.언젠가는우리모두가스스로를멋진괴짜이자파격적인개인으로받아들이고배척이나폭력에대한두려움없이있는그대로살아갈수있기를바란다.”
_〈들어가며〉,29~30쪽
자폐인이자교수,트랜스젠더인심리학자가알려주는
사회적기준을버리고스스로를껴안는법
자폐인트랜스젠더인저자또한스스로를부정하던시기가있었다고고백한다.‘전형적자폐인’의바깥에있는자신이어디가망가졌는지도모른채사회적가면아래자신을숨겼던것이다.사회적가면의폐해를인식하기도어렵지만,이미인식했다해도이를벗겨내기는쉽지않다.왜자폐인들은사회가바라는‘정상인’의기준에맞추기위해최선을다할까?이는‘자폐는나쁜것’이라는통념과,‘이런나를사회에서받아들여지지않을것’이라는좌절이가져다준편견때문이다.아니,자폐인들에게이는편견이아닌실제상황이다.
미디어에서는《빅뱅이론》의똘똘하고겸손한척하는셸던쿠퍼나《릭앤모티》의괴팍한천재릭,《퀸즈갬빗》의천재체스선수베스하먼,《굿닥터》의유능하지만냉정한숀머핀같은고기능장애인,즉특출한부분이있고비장애인들에게‘쓸모’가있는이들이자폐스펙트럼장애인의대표처럼여겨진다.이는자폐인당사자와비당사자모두에게‘자폐인은괴팍한천재’또는‘고기능자가아니면쓸모없음’이라는인식을가지게한다.역사적으로도나치의장애인학살에연루된한스아스퍼거는지적능력이뛰어난자폐인남아들을‘가치가높다’고여겨나치강제수용소로이송되지않게끔했다.반면여아이거나,남아여도눈에띄게쇠약해졌다면죽음의수용소로보냈다.오늘날에도미국에서는자폐증을부모에게서아이를떼어놓는끔찍한고통이자치료가절실한질환으로간주하는‘오피즘스픽스’라는단체가활발하게활동하는중이다.이런상황에놓인신경다양인들은‘똑똑하지않거나고기능이아닌나’를긍정하기어렵다.저자는이편견들이어떻게신경다양인들을옭아매는지설명하고,자폐는신경질환이며자폐인은그저남들과조금다른방식으로세상을파악하는사람들이라고주장한다.또한기존의사회적통념,즉‘심각한자폐인또는덜심각한자폐인’‘비전형적또는전형적’‘고기능또는저기능’등자폐스펙트럼장애를분류하는현재의기준에대해서도도전한다.
“가면을벗는다는것은침묵하기를거부하고,분리되고은폐되기를거절하며,온전한우리자신으로서다른장애인및소외집단과굳건하게연대하겠다는의미다.우리는자기정체성의식과아무것도숨길필요없다는인식을통해확고하고급진적인수용으로무장할때비로소강인하고자유롭게연대할수있다.”
_〈나오며〉,369쪽
모두를만족시킬수는없다.이제는나로살때다
속박의가면을벗어던지기위한실질적인팁들
이책에는가면을쓴사람들이그것을벗어던질실질적인방법들을제공한다.예컨대저자는인생에서자신의가치를잃어버린이들에게‘가치기반통합과정’에대해안내한다.삶에서경이로웠던순간들을다섯가지적어보고,이각각의이야기에적힌두세가지핵심단어를찾아보는것이다.자신만의결정적기억과이를설명하는단어들은인생에서무엇이가장중요한지이해하는데도움을주고,현재의삶과앞으로살아가고싶은삶을대조해보는데도유익하다.
또한일상에서가면을벗기위한매일의실천방법,좋은관계와그렇지못한관계를구분하는방법을비롯해,자폐스펙트럼장애에대한세상의고정관념은무엇이있는지,우리가어떤자질을종용받았고또피하려고애썼는지되돌아볼수있도록각종도표와사례들을제시한다.이러한전략들을따라가다보면자연스럽게가면쓰기가지속불가능하고비용이많이든다는사실을직시하게된다.책을읽다보면문득우리가‘정상적’으로보이기위해우리의안녕과개성을얼마나희생하고있었는지깨닫게될것이다.
“우리모두의가면뒤에는깊은고통이,자신의진정한모습과절대로해서는안될행동에대한온갖고통스러운신념이숨겨져있다.따라서가면을벗을때제일중요한점은가장혐오하는자신의특성을직시하고이를중립적으로,심지어장점으로보기위해노력하는것이다.
_〈3가면속을들여다보면〉,147쪽
왜우리는소수자를받아들여야하는가?
서로의존재를인정하면생기는긍정적인변화들
신경다양인이아닌사람이라면이런생각이들수도있다.‘내가왜그들을받아들여야하는가?’팍팍한인생에서자기보존만바라는이를나무랄수없다.흔히소수자는눈에보이지않고(보이기어렵고),눈앞에없기에상상하기쉽지않다.하지만내가어떤면에서는다수에속한다고해서다른부분까지다수이리라는보장이없음을깨닫는다면좀더상대에게너그러워질수있지않을까.자유로운사회를향한누군가의고군분투는곧나를위한것이기도하니까.우리는모두연결되어있다.
이책은어떤면에서소수자인저자가스스로와,자신과비슷한처지인사람들을공부하며마침내다른소수자들을껴안는연대의이야기다.저자는폐쇄된사회,누군가고통받는사회는결국모두에게해를끼친다고주장한다.또한자폐인을인류의정상적인일부로받아들이고나와조금은다른사람도포용하는세상은단연서로의자율성을존중하는개성넘치는세상일것이라고말한다.누군가를능력/무능력또는정상/비정상으로구분하지않고,남의평가에집착하지않는이가많아진다면우리는인간관계규범과일상습관부터옷차림과집안인테리어까지모든것을자유롭게바꿀수있게된다.
“우리대부분은천재도학자도아닌만큼,기존의성공을달성하는능력(또는무능력)으로우리의가치를측정해서는안된다.정말로중요한것은신경다양성이삶에가져다주는즐거움,연결성,의미에주목하는일이다.”
_〈5자폐증이라는선물〉,233~2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