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간의 셰프들 (사찰음식 명장 여섯 스님의 푸드 리얼리티)

공양간의 셰프들 (사찰음식 명장 여섯 스님의 푸드 리얼리티)

$23.80
Description
법 위에 밥! 사찰음식은 먹는 법이 아니라, 살아가는 법을 묻는 음식이다.
자극에 지친 당신을 위한 고요한 성찬.
공양간의 셰프들이 차려낸 단 한 권의 스피리추얼 푸드.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다. 한 끼 공양에는 땅과 물과 바람과 햇빛, 그리고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이 함께 담긴다. 《공양간의 셰프들》은 한국 사찰음식 명장 계호·정관·적문·선재·대안·우관 스님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차려 낸 공양과 수행의 이야기다. 저마다 다른 길을 걸어온 여섯 명장은 함께 음식을 만들고, 발우공양을 펼치고, 사찰음식에 깃든 생명 존중과 자비의 정신을 말한다. 53선지식을 위한 발우공양, 1,700년의 시간을 품은 천년의 장맛, 각 스님의 삶과 수행, 인연 이야기가 담긴 시그니처 음식까지. 이 책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넘어 어떤 마음으로 먹을 것인가를 묻는다. 육식과 오신채를 덜어내고, 자극과 과함을 덜어내고, 욕심과 허기를 덜어낸 자리에서 더 깊은 풍요와 충만을 만난다.




1. 한국 사찰음식 명장 여섯 스님,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다

한국 사찰음식 명장 여섯 분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 명장 1호로, 1994년 사찰음식을 주제로 한 논문 〈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사찰음식문화 연구〉를 발표하고 40여 년간 사찰음식의 정신과 전통을 알려 왔다. 계호 스님은 진관사 회주로서 오랜 세월 사찰 살림과 음식 전통을 지켜 온 명장이다. 적문 스님은 전국 사찰을 발로 뛰며 사찰음식 자료를 수집하고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를 세웠다. 대안 스님은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의 총책임자로 활동하며 사찰음식의 대중화와 현대적 확장에 기여했다. 정관 스님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을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철학자 셰프’이며, 우관 스님은 영문 사찰음식 책을 미국에서 출간하고 이 책으로 현지에서 도서상을 수상하였으며, 한국 사찰음식을 세계에 알린 명장이다.
이처럼 여섯 스님은 모두 사찰음식이라는 한 길을 걸어왔지만, 그 삶의 궤적과 음식의 색깔은 저마다 다르다. 정관 스님이 말한다. “나는 나이고, 우관 스님은 우관 스님, 대안 스님은 대안 스님이죠. 우관 스님이 저를 대신할 수 있겠어요? 또 제가 대안 스님을 대신할 수 있겠어요? 독특한 서로의 맛이 양념처럼 어우러지고 상생할 수 있어도 서로를 대신할 수는 없어요.”
적문 스님은 이 만남의 결을 이렇게 짚는다. “여섯 스님이 의기투합해 사찰음식을 다시 한 번 진정성 있게 들여다보는 소중한 기회였어요. 후배 스님들에게 전해 줄 건 없을까, 정책적으로 제안할 건 없을까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여섯 명장 저마다의 특징과 함께 공통된 수행 정신을 함께 보여준다. 한 명의 스타 셰프가 아니라, 한국 사찰음식이라는 큰 숲을 이룬 여섯 수행자의 목소리를 나란히 들려준다.
이 만남이 쉽게 성사되지는 않았다. 우관 스님은 “처음에 싫다고 했죠. 진지하게 듣지도 않고 ‘저는 안 합니다’ 했어요”라고 회상한다. 대안 스님도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시기”라고 마음먹은 차였다. 그런데 결국 마음을 돌렸다. “이것도 인연이니 우리 여섯이 한 번도 모인 적이 없는데 그런 기회가 되니까 나서 보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고정관념을 버리는 게 수행이니 백지에서 새로운 것을 접해 보자 마음먹고 하니까 좋았습니다.” 우관 스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일종의 의무이기도 하고 책임감이기도 했죠. ‘명장’ 타이틀을 받았는데 제가 하고 싶다고 하고, 하고 싶지 않다고 안 하는 것이 염치가 없었죠.” 사찰음식을 세상과 나누는 일은 명장으로서의 책임이었다. 그렇게 《공양간의 셰프들》은 거절에서 시작해 발원으로 나아가는 만남의 기록이 되었다.
여섯 명장은 음식을 ‘보여주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공양의 의미를 다시 묻기 위해 모인 것이기도 하다. 선재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여섯은 너의 음식과 나의 음식으로 나누지 말고 원팀이 돼야 했어요. 누구 음식은 어떻다 할 필요가 없었죠. 경쟁이 아니니까요. 내가 김치를 만들 때 스님들이 같이 다듬어 주고 같이 하는 것들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거예요. 공동체의식을 음식으로 보여주면 되는 거죠.”
이 책은 사찰음식 명장들의 프로필 모음이 아니라, 한국 사찰음식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증언하는 문화 기록이다.


2. 덜어내고 비워내는 맛, 사찰음식은 어떻게 수행이 되는가

《공양간의 셰프들》은 사찰음식을 단순히 맛있고 건강한 채식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이 책은 사찰음식을 수행의 한 방법, 삶의 태도, 생명을 대하는 방식으로 담아낸다.
계호 스님은 “법 위에 밥이다”라고 호탕하게 선언하면서도, 음식 만드는 일의 무게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 “자비로운 사람이 음식을 잘 만들지, 성내고 화내는 사람이 음식을 잘하겠어요. 음식하는 도구가 칼, 물, 불이잖아요. 식칼도 잘 쓰면 활인검(活人劍)이지만, 잘못 쓰면 살인검(殺人劍)이 되죠.”
사찰음식은 화려한 기술이나 자극적인 맛을 겨루는 음식이 아니다. 덜어내고, 비우고, 자연의 본래 맛을 살리는 음식이다.
대안 스님 역시 어느 셰프의 말을 빌려 사찰음식의 본질을 설명한다. “밖의 음식은 다 넣고 맛있게 하는데, 사찰음식은 다 빼고 맛있게 해야 하니까 어려워요.” 사찰음식은 더하는 음식이 아니라 덜어내는 음식이고, 그 덜어냄을 통해 더 깊은 맛과 마음의 평온에 이른다.
선재 스님에게 사찰음식은 생명을 살린 음식이다. “사찰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먹는 거예요. 모든 생명이 나와 다르지 않아요. 우리는 입으로 먹었다고 생각하지만, 부처님은 온몸으로 먹는다고 하셨어요.” 한 끼 식사 속에 우주의 생명이 담겨 있다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먹는다는 행위 전체를 몸과 마음과 생명의 차원에서 다시 보게 하는 가르침이다.
적문 스님은 음식을 “식재료와의 대화”라고 표현하며, 음식 만드는 일의 마음가짐을 이렇게 짚는다.
“도원 선사는 ‘음식 하는 스님은 당신의 음식을 차별 없이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누구에게나 치우침 없이, 기쁜 마음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하라는 거죠. 할머니가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요. 내 음식을 누군가가 먹음으로써 내 작품이 비로소 온전해진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음식은 정성으로 빚어지고 나눔으로 완성된다.
정관 스님은 한 걸음 더 들어가, 음식이 단순히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행자의 온 생애가 한 그릇으로 흘러나오는 것이라 본다. “배우고 익혀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전생사(前生事)가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하죠. 몇 생을 거쳐 경험하고 체득하고 기억한 것을 끄집어내는 거죠.”
우관 스님은 절집 식문화의 엄격함을 강조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마음대로 취할 수 없고, 싫다고 안 먹어도 되는 게 아니에요. 절집에서의 식문화는 그 자체가 수행이고, 누구든 함께해야 합니다.”
정관 스님은 그 수행이 일상의 모든 순간에 있음을 일러 준다. “어른 스님들은 서로 조고각하(照顧脚下), 곧 늘 자기 발밑을 돌아보듯 마음을 살피고 하심(下心)하며 자기 마음을 빼앗기지 않아요. 높은 데서만 수행하는 게 아니고, 행주좌와(行住坐臥)·어묵동정(語默動靜), 언제나 평상심(平常心) 가운데 도를 닦아 가는 거죠.” 음식을 만드는 일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말들을 통해 음식과 수행이 둘이 아님을 보여준다. 공양간은 단순한 부엌이 아니다. 불을 피우고, 장을 돌보고, 재료를 다듬고, 밥을 짓는 모든 과정이 수행의 현장이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사찰음식이 왜 ‘불교의 생명 존중 사상과 수행 정신이 깃든 문화유산’인지 이해하게 된다.


3. 발우 하나에 담긴 우주, 53 선지식 발우공양으로 풀어낸 공양의 정신

《공양간의 셰프들》은 여섯 명장의 이야기만 담지 않는다. 이 책의 중심에는 ‘53선지식 발우공양’이라는 특별한 장면이 있다. 불교에서 53이라는 숫자는 《화엄경》의 선재동자가 깨달음을 찾아 53명의 선지식을 만나는 구법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선재 스님은 “그들이 다 너의 스승이다”라는 말로 그 의미를 풀어낸다. 깨달음의 길은 절 안에만 있는 것도, 높은 수행자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 뱃사공, 청소하는 사람, 세속의 눈으로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배움의 인연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그 정신을 바탕으로 쉰세 명의 선지식을 초청해 발우공양을 펼친다.
발우공양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수행자가 발우에 음식을 받아 먹으며 감사, 절제, 청정, 평등의 마음을 실천하는 식사 수행이다. 먹을 만큼만 덜고, 남기지 않고,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과정 속에 사찰음식의 철학이 담긴다. 우관 스님은 이를 “배부르게보다 풍요롭게”라는 말로 표현한다. 풍요는 양에서 오지 않는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절제에서 온다.
계호 스님은 음식이 마음의 일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음식은 무엇으로 먹죠? 맛으로 먹죠. 맛있는 것에 먼저 손이 가잖아요. 맛있게 만들려면 정성이 들어가야 하고, 최고의 양념인 마음이 들어가야 해요. 몸도 마음도 잘 쓰는 사람이 음식도 잘 만들어요.” 발우공양의 한 그릇은 그 마음의 결정체다.
이 책에는 53선지식 발우공양을 위해 차린 음식들의 레시피까지도 충실히 담겼다. 오색채소연근찜, 오색두부간장조림, 더덕장아찌무침, 가시리파래볶음무침, 연근부각, 시금치나물, 동치미... 이들은 단순한 메뉴가 아니다. 각각의 음식에는 제철 재료, 불교적 상징, 절집의 저장 음식 문화, 대중이 함께 일하는 울력의 정신이 스며 있다.
연근은 불교의 상징적 식재료로 등장하고, 두부는 사찰음식의 보약으로, 부각은 꽃으로 설명된다. 봄에는 가죽부각, 여름에는 감자부각, 가을에는 연근부각, 겨울에는 김부각을 만들어 저장해 두는 절집 음식의 지혜도 소개된다. 시금치나물 하나에도 간장과 소금의 균형, 오신채를 넣지 않아 자연의 맛을 살리는 원리가 담긴다.
여섯 스님이 함께 발우공양을 차리는 과정은 그 자체로 공동체 수행이었다. 선재 스님은 이렇게 회상한다. “장떡 만들 때 정관 스님이 표고버섯을 조금 가져오셨어요. 일부러 ‘정관 스님, 남은 거 나 줘봐’ 하고, 우관 스님한테도 ‘내 새송이가 조금 부서졌어’ 했어요. 서로 마음이 오갈 수 있겠다 싶어 일부러 그런 거죠.”
한 그릇 음식 안에서도 자연의 생명과 더불어 공동체이고, 여섯 명장이 하나가 되는 자리에서도 공동체였다. 이 책의 발우공양 장면은 눈으로 보는 음식 소개를 넘어선다. 그것은 사찰음식의 사상과 형식, 공동체의 질서와 생명에 대한 태도를 한 번에 보여주는 핵심 장면이다.


4. 1,700년 시간이 빚은 장(醬), 한 사람의 평생이 빚은 한 그릇

《공양간의 셰프들》은 여섯 명장의 인생과 음식 세계를 입체적으로 구성한다. 책의 차례만 보아도 이 책이 단순한 인터뷰집이나 레시피북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난다.
1장 ‘다반사’에서는 여섯 스님이 처음 만나는 과정과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는다. 2장 ‘여는 공양’에서는 53선지식 발우공양을 통해 공양의 정신을 펼친다. 3장 ‘시절인연’에서는 여섯 스님의 출가와 수행, 사찰음식 명장이 되기까지의 길, 그리고 각 명장 스님들의 시그니처 음식을 다룬다. 4장 ‘천년의 장’에서는 사찰음식의 깊은 뿌리인 장 문화를 조명하고 스님들의 장요리가 소개된다. 5장 ‘발원’에서는 발우에 올리는 마음을, 6장 ‘여운’에서는 공양 이후 남는 삶의 메시지를 담는다.
특히 4장 ‘천년의 장: 1,700년 시간이 빚은 맛’은 이 책의 중요한 차별점이다. 장은 단순한 양념이 아니다. 계호 스님에게 장은 수행자의 모습 그 자체다. “콩이 수행자예요. 콩을 잘 삶아 메주를 만드는 것이 수행 과정이에요. ‘장맛이 최고다’ 하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거죠.” 매일 장독을 닦고 돌보는 일 또한 계호 스님에게는 일과이자 수행이다. “우리는 날마다 간장, 된장, 고추장 장독에 문안인사를 드려요. 무정물(無情物)에게도 그렇게 하면 공감의 기쁨이 생깁니다.”
대안 스님은 메주·물·소금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며 발효의 시간을 자비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맑은 바람, 맑은 물, 수목으로 둘러싸인 사찰 항아리 속에서 장은 끊임없이 숙성돼 가죠. 멈추면 썩어버리게 마련인데 자연과 호흡하고, 발효되고, 숙성되기 때문에 감칠맛이 납니다.”
정관 스님은 오래된 간장을 한 식구처럼 여긴다. “간장 따로, 사람 따로가 아니라 그 집 간장은 한 식구입니다. 간장과 된장을 담근 분이 아프거나 돌아가시면 간장 단지가 전부 솟구쳐요. 간장은 살아 있는 생명이에요. 함께 호흡하는 가족이에요.”
적문 스님에게 장독대는 어머니이고, 곧 자신의 본질이다. “열 살에 들어와 사찰에서 살아온 저에게 장은 저의 본질이고 저라는 존재예요. 나와 동일시할 수밖에 없어요. 60평생을 살아오면서 장독대라는 공간은 그리움의 원천, 어머니 같은 공간이었어요. 맑은 바람, 맑은 물, 수목으로 둘러싸인 사찰 항아리 속에서 장은 끊임없이 숙성돼 가죠.”
우관 스님은 절집 장의 깊이를 이렇게 풀어낸다. “사찰에서는 스님들이 직접 장을 담그지, 시판되는 장을 쓰는 게 아니잖아요. 간장, 고추장, 된장 같은 절집의 장은 5년, 10년, 20년, 30년 세월을 품으며 깊은 맛을 냅니다. 그런 발효의 맛은 어떤 장도 따라올 수가 없어요.” 우관 스님은 40년이 넘은 씨간장으로 깊은 감칠맛을 낸다. 장은 오래 기다리는 맛이며, 세월과 손길과 마음이 함께 익어 가는 문화다.
각 스님의 시그니처 음식과 장요리도 함께 소개되어, 독자는 한 사람의 수행이 어떻게 한 그릇 음식으로 구체화되는지 볼 수 있다. 선재 스님의 방아잎고추장장떡에 담긴 전통과 생명 존중, 계호 스님의 두부장아찌에 깃든 자연스러운 맛과 마음의 양념, 적문 스님의 우엉·대추 된장찌개에 흐르는 불교의 전통과 원칙, 대안 스님의 고추장버섯강정에서 보이는 현대적 확장과 비움의 철학, 정관 스님의 느타리버섯제피된장무침이 보여주는 즉흥성과 시적 감각, 우관 스님의 새송이버섯간장양념구이가 가진 순수하고 깊이 있는 자비의 정신이 각각의 음식 안에서 살아난다.
적문 스님은 자신의 된장찌개를 ‘역설의 된장찌개’라 부른다. “평범함 속에 독특함이 깃든 ‘역설의 된장찌개’를 연출하려고 했어요. 30년 전 궁핍했던 절집의 식량 사정을 떠올려 보면, 공양간에 준비된 재료들이 생명을 다해 폐기되기 전에 다 집어넣어 모두 소진하고 싶은 애틋한 마음이 있었을 겁니다. 가난한 어린 시절 사찰음식을 접하며 품었던 애틋함과 간절함이 있었기에, 궁즉통(窮則通)의 마음으로 그 시절의 된장찌개를 다시 빚어낼 수 있었죠.”
이 책은 사찰음식을 ‘먹거리’로만 다루지 않는다. 한 사람의 출가, 수행, 공부, 노동, 실패와 지속, 세계와의 만남까지 함께 보여준다. 그래서 《공양간의 셰프들》은 음식책이면서 인물서이고, 수행기이면서 문화 기록이며, 한국 사찰음식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인문서다.


5. 이 책의 의의
《공양간의 셰프들》은 오늘날 우리가 왜 다시 사찰음식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기후 위기, 과잉 소비, 건강 불안, 자극적인 음식 문화 속에서 사찰음식은 오래된 대안이자 미래의 음식으로 다시 읽힌다. 사찰음식은 육식과 오신채를 덜어내고, 인공적인 자극을 줄이며, 제철 재료와 발효 음식, 절제된 식사법을 통해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본다.
우관 스님은 사찰음식의 보편적 가치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찰음식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자연 식재료로 만든, 누가 어느 때 먹어도 몸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음식이에요.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몸을 편안하게 하는 음식이에요. 그래서 시대와 나라를 넘어 공감을 얻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사찰음식이야말로 지금 세상에 소개할 가장 적절한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안 스님은 더 나아간다. “당뇨나 고혈압 같은 혈관질환도 지나치게 가공된 음식에 길들여진 식생활과 무관하지 않으니, 발효식품으로 저속노화를 하면 좋겠습니다.” 대안 스님은 사찰음식이 가정에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전한다. “사찰음식이 각 가정에 전해져 식탁을 건강하게, 또 풍요롭게 채워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것저것 많이 넣은 음식을 먹고 질병에 시달리기보다 좋은 재료로 간결하게 먹는 게 낫죠.”
그러나 이 책은 사찰음식을 유행하는 웰빙 음식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보다 더 깊은 곳, 곧 생명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먹는다는 일의 윤리는 무엇인가, 음식은 어떻게 수행이 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선재 스님이 말한다. “5,000년 음식의 역사와 1,700년 사찰의 역사에서 공양은 나눔이에요. 내 몸과 나누고, 자연과 나누는 것이지요. 한 끼 식사이지만, 스님들의 수행음식 속에 담긴 우주의 생명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공부하는 것이 공양입니다.”
공양은 먹는 일이면서 나누는 일이다. 나를 살리고, 너를 살리고, 자연과 인간이 둘이 아님을 깨닫게 하는 일이다. 《공양간의 셰프들》은 바로 그 공양의 정신을 오늘의 독자에게 전한다.
저자

계호

(戒昊,진관사)
운문사에서후학을가르쳤고,진관사주지를네차례역임하며사찰의살림과수행문화를이끌어왔다.진관사산사음식연구소를세워사찰음식의전통을잇고,매일장독에문안드리고돌보는일까지도수행의방편으로삼는다.“법위에밥”,“최고의양념은마음”이라는말속에스님의음식철학이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