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있을때엔느낌뿐이지만사회로나오면감정이된다
사회적이고정치적이며경제적인‘감정’에관한인문학적사유와통찰
지금-여기가장문제적인감정키워드10가지로
한국사회를진단한다
인간만이갖는다양한감정.‘감정’은일견개인의심리로생각하기쉽지만,‘반일감정’,‘감정노동’과같은사회적키워드를생각하면다분히정치적이고사회적인물성을지님을알수있다.이에특징적인감정들과감정과관련된사회현상들을통해우리사회를진단한책《감정있습니까?》(은행나무刊)가출간되었다.건국대학교몸문화연구소에소속된문학,법학,철학등다양한전공의인문학자들은감정을외부의자극에대한몸의반응으로정의하고,같은자극에라도사람마다느끼는감정이다른것처럼같은자극이라도시대마다사회마다다르게재해석되어감정으로표현되는것에주목하면그시대상을읽어낼수있다고보았다.더구나요즘처럼고도화된사회에서는복합적으로작용하는자극들을개별적으로역학조사하여분석하는것보다사회현상으로빚어진감정을읽는것이중요할것이다.이에연애감정,혐오,분노,시기심,수치심,공포등한국사회를가장잘설명해줄수있는감정들을고르고여기에감정코칭,감정방어,감정노동등현대사회에새로이생겨난감정의모습을보태,감정이라는프레임으로현시대우리의모습을살펴보기로한다.시대와문화에따라다른모습으로나타나는‘감정’을이해하는것은,곧삶과세상의원리를이해하는것과다르지않을것이다.
감정도관리하는자기계발의사회에서
날것그대로인감정의쓸모를묻다
몸문화연구소소장인김종갑교수가서론격으로집필한0장〈감정이란무엇인가〉를비롯해첫세장은감정이무엇인지,왜지금감정을이야기해야하는지에관해다룬다.우리가새삼감정에대해돌아보게된것은,“19세기말에인류학이새로운학문으로부상했던이유는,지구상에서원주민이사라지고있다는징후가포착되었기때문”20쪽이었던것처럼감정에위기가도래했기때문일것이다.‘감정코칭’과‘감정방어’와같이현대에등장한감정의새로운현상에서나타나듯주관과예측불가능의영역에속하는감정을일률적으로관리하거나거세하고싶어하는현대의무정함에서비롯되었다고볼수있다.실제로미래사회를그린많은작품에서감정은통제되는것으로흔하게그려지지않던가.
영문학자최하영은1장〈감정도코칭이되나요?〉에서스테판메스트로비치의탈감정(postemotion)이론에입각해논의를펼쳤다.현대사회에서‘맥도널드화’된다고비판받을정도로감정이일원화되고있는양상은육아에서의감정코칭,광고나쇼핑몰디스플레이에서이미지로구현되는상업적인감정의묘사등에서살펴볼수있다.그런가하면영문학자최은주는〈대도시에서상처받지않고살아남기〉에서대중교통안무표정한현대인들의모습에서볼수있듯이감정을지울것을강요받는현대인들의초상에대해논한다.에드워드호퍼의「객차」의묘사로시작된글은우리나라대도시의대중교통,아파트단지등의일상적인공간으로시선을돌려타인과의접촉을최소화하여감정을배제하려는모습들을소개한다.현대인들이감정을획일화하고통제하기쉬운것으로만들거나애초에감정에구애받는일이없도록타자와차단하는모습은,역설적으로감정이사회적으로문제적임을반증하는동시에나아가감정을재발견해야할필요가있음을시사한다.
가장일상적이고뜨거운감정,‘연애감정’,‘혐오’,‘시기심’
사회의비합리를극복하기위해재발견해야할‘수치심’
필자들은우리사회의대표적인일곱가지감정으로연애감정,혐오,시기심,수치심,공포,분노,애도(우울)을꼽는다.먼저‘감정’이라고할때누구나가장먼저떠올리는연애감정에대해소설가김운하는3장〈낭만적사랑따위는없어〉에서다양한문학작품들을통해낭만적사랑의역사와그모습을소개하고는사랑을어렵게하는요인으로낭만적사랑에대한환상을꼽는다.이에감정으로서의사랑이아니라이성과윤리로서지속할수있는관계로서의사랑을제안한다.
다음으로지금가장문제적인감정,혐오와시기심을소개한다.영문학자김종갑은4장〈혐오하라,그러면구원을받으리니〉를통해근몇년간가장뜨거운화두가되고있는혐오를소개한다.혐오는우리가가진감정중가장강렬하다고볼수있다.가장단편적인예로이질적인음식문화에대한혐오를살피면,혐오는사회적으로탄생하는것이며여성을음식으로등치해‘먹는다’라고표현해온고전적인은유로부터여성혐오의연원을짐작할수있다.5장〈고통스러운질투,존재의시기심〉을쓴철학자정지은은원하는대상을놓고경쟁자와3자관계를맺는질투와달리,타자와의2자관계속에서타자가향유하는것자체에대해나타나는시기심에주목한다.대중매체에아이돌,‘먹방’,명품등향유할거리가넘실대지만실제로향유할수있는것이없어슬픈개인들이,타인도향유하지못하고결여되어있음을짐작할수없어서시기심을느끼게된다.데이트폭력과같은범죄가근래에폭증하고있는현상도이런시기심의메커니즘으로풀이할수있다.
이렇듯부정적이고거센감정들로갈등의골이깊어지고있는때에병리적인감정으로서도려내야만한다고여겨지던수치심을재발견하기를제안하기도한다.직접가해하지않아도특정한비행이없었어도느껴진다는점에서죄책감과대별되는수치심은기실상호인정관계속에서약자를대변할수있는사회적감정이다.문학평론가임지연은6장〈부끄럽습니다만…〉에서아우슈비츠,후쿠시마원전,세월호등에서희생을피할수있었던,살아남은사람들이윤리적수치심을지녀야한다고주장한다.
감정이사회적인움직임으로발전한‘공포’와‘분노’
상실이만연한시대에슬픔을잘치유하기위한‘애도’
다음장에이어지는공포와분노는정치적인감정으로소개할수있다.몸문화연구소부소장인법학자서윤호는7장〈도대체뭐가무서워〉를통해공포정치에서볼수있듯이공포감정이권력과자본이위세를강화하기위한수단으로활용되는양상을소개한다.사회적안전망을구축하기가더욱어려워진고도화된사회에서,공포는권력이스스로를보존할수있는가장효율적인매개가된다.페미니스트철학자인윤지영은8장〈분노의정치학으로서의메갈리안현상〉을통해2015년한국사회에페미니즘부흥을이끈메갈리안들이혐오가아닌분노라는감정에따라행동했음을이야기한다.분노는“불합리한상황앞에서질문하는감정”216쪽이다.메갈리안으로대표되는여성들의분노양상은《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에서니체가제시한정신의세가지단계중시스템에굴종한낙타단계를벗어나기존의질서에‘아니오’라고단호하게외치는사자단계로나아간것이라고평가할수있다.
세월호이후누구라도언제든상실을겪을수있게된‘위험사회’에서그가치를정치적으로새로이곱씹어야만하는감정도있다.상실로인한깊은슬픔을병적인우울로은폐하지않고잘갈무리하기위해애도를성공적으로수행해내는것이중요하다.미학자김주현은〈우울과애도,그빈자리너머〉에서미국의사진작가낸골딘이어린시절에자살한언니를비롯해히피공동체에서만난친구들을애도해온과정들을그녀의작품활동과함께살핀다.“깊은슬픔은비정상이지도병적이지도않다.”264쪽
나의감정을인정하고타자에게도감정이있음을인정하는것이
진정감정을잘관리하는길이다
《감정있습니까?》는이렇게사회적이고정치적인감정들이자본주의사회에서관리되고축소되고단순화되어상품의하나로변용된감정노동에대한논의로끝을맺는다.감정노동은사회의분위기나본인의자발적인의지가아니라‘갑’의요구에따라감정을상품화하는행위이다.이에대해10장〈얼굴뒤에감춰진감정〉을쓴영문학자윤소영은타자의얼굴에서윤리적요구를읽어낼수있다고말한레비나스의말을인용하면서,자본을걷어내고가장된미소너머에가리워져있을감정을바라봐야한다고제안한다.상품으로내비치는서비스미소이면에가려진진짜노동자들의감정이있다는것은,이책의제목《감정있습니까?》와도직결될것이다.
“감정은인간의항수가아니라문화적·역사적변수이다.”15쪽이러한감정을감추거나가장하지않고,사회현상에대한반응으로서민중들이갖게되는감정을있는그대로직시하는것.나에게도타인에게도감정이있음을생각하고인간적으로배려하는것.나와타인을인간으로재발명하는것.그것이바로《감정있습니까?》의필진이제안하는건강한사회상을갖추는길일것이다.애니메이션「인사이드아웃」에서‘슬픔이’가재발견되었듯이우리는지금우리가느끼는감정들을재발견하고있는그대로인정하여적재적소에서활용해야할것이다.감정은즉흥적이거나병적인것이아니다.같은하늘을이고살아가는사람이라면누구나유사한흐름으로갖고있는,우리모두가갖고있는인간성의증명인것이다.
[책속으로추가]
수치심을부정적으로인식하는사회,수치심을병리적인것으로여기고치료하고도려내야할것으로생각하는사회,수치심을무의식적으로억압하는사회를탈수치심사회라고할수있다.수치심을치유하고억압하고제거하기만하면개인의자존감이인정되고,우울감이사라지고,행복하고명랑한사회가도래할까?물론사회적으로타인의수치심을유발하는억압적권력시스템에대해서는비판해야한다.그러나문제는수치심을유발하는권력체계를비판해야지,수치심이라는감정자체를근절해야할것으로접근해서는곤란하다.오히려수치심은타자와의상호인정관계가근원적으로우선하고있음을증명하는사회적감정으로이해할필요가있다.즉죄없는하위주체앞에서느끼는윤리적수치심은건강한사회를만들어나갈수있는원동력임을알아야한다.기쁨,즐거움,행복감,자존감만으로우리는삶의충족감을갖기어렵다.긍정적감정만으로는자기자신을성찰하기어려우며,삶의외부에서주어지는압력의의미를자기배려의차원으로전환하기어렵다.
_p174〈6장수치심부끄럽습니다만…〉중에서
분노하는자는불합리한상황앞에서질문하는자이다.분노하는자는상식적좋음으로통칭되는예의범절과효,사회성,효율성등의프레임을깨뜨리는이다.즉불합리의원인제공자에게다시질문을건네며이제껏전제되어왔던침묵의카르텔을부수는이다.혐오는불합리의서사를구성하도록한발신인에게상흔의메시지를전달하기보다전혀다른이에게로그부조리의상처를수신하도록한다.이에반해,분노는불합리의서사가개인적서사에만국한된것이아니라어떻게사회적구조안에서견고화되고전수되는가에주목한다.다시말해분노라는파토스는부조리가서사화되고발신,수신되는양식이어떻게자신을정체화하고주체화하는방식들을결정하는가를추적가능하게한다.
_p216~217〈8장분노의정치학으로서의메갈리안현상〉중에서
그렇다면판매자는인간적기준이적용되지못하는존재일수밖에없는가?자기자신으로서존중받고싶다는것은자아정체감의확인과인정이가능하다는것을의미한다.레비나스의주장처럼타자의얼굴에직면하는것은나의기득권(재산)을버림으로써타자와동등한선상에놓일때그가능성을확보할수있다.극단적으로는감정노동의현장에서지켜질수없는것이바로‘인간이인간으로존중받는것’이라할수있다.
_p293〈10장얼굴뒤에감춰진감정〉중에서
[저자소개추가]
-김운하소설가.건국대학교몸문화연구소연구원.서울대학교언론정보학과를졸업하고뉴욕대학교대학원에서철학을공부했다.저서로《새벽2시,페소아를만나다》《선택,선택의재발견》《카프카의서재》와소설《137개의미로카드》《언더그라운더》등다수가있다.
-김종갑건국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미국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에서영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건국대학교영어영문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으며,몸문화연구소소장으로도활약하고있다.
-김주현철학박사.미학전공.건국대학교예술디자인대학원겸임교수.주요저서로《여성주의미학과예술작품의존재론》《외모꾸미기미학과페미니즘》《생각의힘:비판적사고와토론》등이있다.
-서윤호건국대학교학술연구교수.고려대학교법학과를졸업하고독일함부르크대학교에서법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몸문화연구소부소장으로활동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