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음의 정체 (마침표 없는 정념의 군도를 여행하다)

그 마음의 정체 (마침표 없는 정념의 군도를 여행하다)

$17.00
Description
I: “요즘 너무 우울해. 뭘 해도 힘들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
I: “그 새낀 인간도 아니야. 인간이면 말을 그렇게 할 수는 없어.”
I: “진짜 극혐. 내가 그 동네는 일부러 피해 다녀. 멀어도 돌아가고 말지.”

세상살이의 괴로움이 그저 시원한 욕 한 사발로 끝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갑갑하다. 한국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한다고 한다.(보건복지부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2016) 만약 당신이 성인이고, 오늘 가정이나 회사 또는 길에서 성인 세 명 이상을 마주쳤다면 그들 중 한 명은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거나, 곧 하게 될 거라는 말이다. 혹시 그들 중 하나가 아니라면 이 통계의 주인공은 당신이다.
이러한 문제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불공정한 사회? 인간이 주도했지만 인간이 해결하긴 어려워 보이는 환경 문제? 검정 머리도 노란 머리도 끙끙거리는 전 지구적 경제난? 모든 게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탓한다고 당장 내 삶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초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가 나타나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을 수만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정신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우울함이나 분노는 대부분 ‘관계’에서 기인한다. 내가 아닌 누군가와의 관계. 즉 사람과 나눈 대화, 타인의 행동, 누군가의 삶이 내 삶에 끼치는 영향 등이 우리의 감정을 좌우해서 생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 오히려 감정에 먹혀버린다. 자신을 잃고, 정념에 들끓다 ‘번 아웃’되어버린다. 그러고는 감정을 거세한 삶을 바라기까지 한다. 이런 악순환의 바닥에는 자기 마음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무지가 깔려 있다.

“우리는 어떤 기분이나 감정을 각각의 유형이나 전체적인 성격별로 충분히 설명해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분이나 감정이 별안간 정념에 의해 ‘찌릿찌릿한 전류가 흐르는 상태’,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로 치닫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것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워진다.” _ ?그 마음의 정체?, 15쪽
저자

샬롯카시라기

모나코철학학회회장.소르본대학에서철학을전공했고,매년다양한주제로열리는‘모나코의철학적만남’을주재하고있다.캐롤라인그리말디공주와스테파노카시라기의딸이자,레니에3세와그레이스켈리의손녀다.

목차

여는글_정념의밤

1.너그러운
사랑25|우정47|형제애64|동지애77|선의88|선함92|연민97|친절114|겸손122|동정130|경탄144|경애155

2.강렬한
황홀165|기쁨177|신뢰184|용기196|인내205|포근함212|권태217|피로226|노스탤지어239|슬픔248|두려움253|불안264|우울273|혐오281|수치294|교만308|자긍심315|분노323|회한332|죄책감338

3.악의적인
비방355|좀스러움364|놀림368|심술374|질투385|거만397|잔혹함409|증오418

닫는글_열광혹은도주

출판사 서평

감정에휘둘리고,감정을증오하고

혹시,당신을무지한사람취급해서기분이상했다면사과한다.하지만한번손꼽아보라.지난1주일간당신이느낀감정을묘사하려고할때쓸수있는단어가몇개나되는지,의사에게감기증상을이야기하듯자신의마음상태를설명할수있는지.머릿속에떠오른감정표현이서른개를넘어간다면마음편히다른책을골라도좋을것이다.하지만열개를채우지못했다면인문신간《그마음의정체》(허보미번역,든출판사)를읽어보기를권한다.
이책은한국에는‘모나코공주’또는‘그레이스켈리의손녀’라는별칭으로더널리알려진,현모나코철학학회회장샬롯카시라기와그의철학선생이었던로베르마조리가함께썼다.격의없는두철학자의일상적인수다에서시작해이시대에흩어진감정들을다시한번점검하고모아내그뜻을가려보아야한다는철학하는사람으로서의어떤사명감까지를포함하고있는책이다.
프랑스국립시청각연구소가실시한한연구조사에따르면,TV뉴스에서잡다한사회뉴스가차지하는비율이불과10년만에무려73퍼센트나증가했다고한다.개인화되고분업화된사회에서사람들이유독‘감정’에반응하고있기때문이다.이렇듯현대사회는‘감정’을아주중시하지만,실제로인정받는감정은몇되지않는다.특히SNS가발달하면서‘좋아요’와‘싫어요’로양분되어버린득한획일화된감정표현속에서섬세하고내밀한감정들이그모습을감춰버렸다.그리고이것이바로《그마음의정체》가출간된이유다.우리는둔탁하고무자비하며때로는폭력에가까운감정묵살문화에서벗어나야한다.우리의감정과정직하게대면해야한다.

“온전히슬픔을수용하지않을때,어느새슬픔은피로로바뀌어우리가우리자신의삶에대해극도로무기력해지도록만든다.”_《그마음의정체》,232쪽

너그럽고,강렬하고,악의적인‘그마음’의정체

이책은사전이아니다.두저자가제안하는것은강요가아니라시도다.설명하기조차버거운정념의정체에대해,우리가가장쉽게이해하고느낄수있는예를들며감정에대한이해를돕는다.확고부동한진리처럼명료하게마침표를찍어버릴수는없겠지만감정에대한논의는계속되어야하고,지금시점에서우리에겐적당한정리가필요하기때문이다.
《그마음의정체》는총3부,40꼭지로구성되어있다.철학적지식에깊이뿌리내린이야기와,섬세하게선별한인용문을곁들여간결하고명확한문체로인간의감정에대해서술한다.때로는이감정과저감정을아우르기도하고,서로의영역에분명한선을긋기도하며다정하고도날카로운손길로감정들을분류해낸다.
더자세히살펴보면1부‘너그러운’에서는그야말로너그러운감정들,즉사랑과우정부터시작해연민,친절,겸손,경탄,경애등을다룬다.일상에서자주쓰는말은아니지만실제로는우리사회를지배하다시피하는형제애,동지애에대해서도톺아보고선의와선함이어떻게다른지명확하게설명하기도한다.
2부‘강렬한’은황홀로시작해기쁨,신뢰,용기등힘있고매력적인감정들로이어진다.권태,피로,슬픔등현대의우리에게가장와닿는감정들도여기에서등장한다.그외에도두려움,불안,우울,혐오같은아홉시뉴스에단골로나오는감정들과,자각하기어렵지만순식간에우리삶을짚어삼키기도하는수치,불안,회한,교만,죄책감을다룬다.가해자와피해자를뒤바꿔버리기도하는,도저히이해할수없던수치라는감정의속성에대해,나를둘러싼이감정에권태라는이름을붙여도좋을지에대해,흔히말하는눈뜨고보기힘든‘진상’들의마음속엔대체어떤감정이들어있는것인지에대해서도이해하게된다.
3부‘악의적인’에서는비방,좀스러움,놀림,심술,질투,거만,잔혹함,증오등을다루는데첫꼭지부터무릎을탁치는깨달음이온다.매일보고겪으면서도이해할수없던이상한회사문화라든가,소모적인정치싸움이어디서부터시작되고어떻게커져가는것인지짐작해볼수있다.그후에도첫예시부터웃음이터지는‘좀스러움’부터독약뿐아니라강장제에비유되기도하는‘증오’까지,어둡고강력하지만그정체를알고나면오히려눈이맑아지는특별한경험을할수있다.왜범죄소설이그렇게나인기가있는지이해가될만큼3부는책장을넘기는데쉴틈이없다.
철학자의정념에대한고찰이라는말에현실과동떨어진,너무나사변적인책이아닐까의문이든다면걱정할필요없다.평생대중을향해연설하고,오랫동안프랑스주요일간지에글을써온저자들은아무리먼과거나아무리위대한철학자의입을빌어이야기하는순간에도이땅에발붙이고사는‘우리’를놓치지않는다.봄바람처럼포근하고가벼운감정부터가장인간다우면서도쉽게받아들이기어려운강렬한감정들,아차하는순간범죄적자질로변질되고마는정념들까지도수려한어휘를통해우리앞에안착시킨다.휘발성강한정념들을정확하게볼수있게도와준다.사람이궁금하다면,내마음나도모르겠다는생각을자주한다면,혹이해하고싶은‘그’가있다면일독을권한다.

“중요한것은불안을털어내는것이아니라불안을대면하는것이다.”_《그마음의정체》.2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