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는보편적인인간행동에속하지는않지만
미친사람이나하는짓은아니다“
자해의역사와정의부터이유와회복까지
자해를본격적으로다룬국내첫대중교양서
“끊어버리고만싶어이거다/그만놔버리고싶어모두다(…)난사랑받을가치있는놈일까/방송싫다면서바코드달고현재여기/흰색배경에검은줄이내팔을내려보게해/이대로사는게의미는있을지또궁금해”
2018년엠넷의히트작〈고등래퍼2〉에출연한래퍼빈첸이쓴가사중일부다.당시빈첸은뛰어난랩스킬뿐아니라암울한상황을비관하는마음과자기혐오감,우울감을날것그대로솔직하게적은가사로또래집단을넘어대중의열렬한호응을얻었다.‘흰색배경에검은줄’이라는은유적표현처럼손목을그은자해경험을숨김없이꺼내놓기도했는데,이를두고는말이많았다.공교롭게도그해에자해청소년이늘었기때문이다.
실제로2018년에는여러언론에서기획기사또는단발성기사로자해를집중보도했으며,9월20일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자해대유행,대한민국은어떻게할것인가?〉라는제목의특별심포지엄을열기도했다.국내에서진행한자해연구동향도그흐름을반영한다.2010년에서2013년까지4년간출간된자해관련연구논문은단4편이었으나이후2016년에서2019년까지4년동안에는30편으로대폭늘었다.“마음의전염병”이라는수식어가따라붙곤하는자해는마치베르테르효과처럼모방되고전염되는걸까?
인간의‘어두운심연’을들여다본다는관점에서비교하자면,자살을주제삼은책은많았다.우울증과조울증,불안장애와ADHD등병리적인면을다룬책도당사자에세이부터전문서까지다양하게출간됐다.주제자체의난해함때문이었을까?아니면앞서의질문처럼‘한때의유행’이라고생각해서였을까?유달리자해에관해서만큼은치료자혹은부모를위한가이드북이나학술교재만있었을뿐일반독자를위한책은없었다.
《자해를하는마음(아몬드刊)》은자해에관한첫번째대중교양서다.이책은지금까지제대로소개된적없는자해의역사와정의,기능과회복등을일반독자눈높이에맞춰폭넓게다룬다는점에서새롭고독보적이다.책을쓴저자임민경은자해를연구하는임상심리학자이자전-자해러다.그는책에서당사자입장에서겪은경험과생각,당시의심정을조심스럽게꺼내보여주는한편,연구자답게과학적이고객관주의적관점을견지하며국내외연구논문과역사문헌을꼼꼼히톺아본다.
본인의한정적인경험을넘어더많은자해당사자의진짜속내를담아야겠다는생각에,현재자해를하는혹은과거에자해를했으나최근중단한당사자열명을인터뷰한내용도책에실었다.학교에서상담교사로일하는선생님과도만나이야기를들었다.이책이그저자해를이해해달라며감정에호소하거나관찰자입장에서자해당사자를타자화하지않지않고‘균형잡힌’시각을유지할수있는이유다.
‘자해러=관종’이라는발명품
자해의역사그리고자해혐오의역사는생각보다뿌리깊다
2010년대후반자해논의가폭발하는것을목격한저자는“학술적,사회적관심이(그시절의나나내친구들에게보이는관심인것같아)무척반가웠지만한편으로는무언가석연치않았다”고고백한다.시대가변하고사회적시선이많이달라졌음에도자해당사자를향한편견과오해는쉽게사그라들지않았기때문이다.예를들어“자해하는애들은관종(관심종자)아냐?”“자해는여자애들이나하는짓이잖아?”“다들손목자해를하는걸보면그냥친구따라하는거잖아?”같은경멸섞인질문은예나지금이나도돌이표처럼반복되고있다.그러나정말그럴까?
책의첫장은자해의역사를살펴보는데할애했다.자해의역사가곧‘사람들이자해와자해당사자들에게어떻게반응했으며자해가어떤과정을거쳐편견의대상이되었는지’에관한이야기이기때문이다.
책에따르면‘자해러=관종’이라는등식은현대에발명된것이아니다.19세기의사들과정신분석학자들은히스테리아환자에게‘정서적불안정성’이동반된다고판단했는데,자해하는사람이정서적으로불안정성을보이는경우가많아서였는지이들도히스테리아로진단하곤했다.문제는“히스테리아환자는관심과동정을매우좋아한다”는편견도함께받아들여졌다는점이다.(26쪽)
자해의역사를다룬이야기중가장흥미로운사례는1875년뉴욕주립치료감호소에입원한헬렌밀러에관한것이다.(28쪽)밀러는입원직후부터우울감을호소하고,팔에유리조각,못,바늘등을찔러넣는자해행동을보인환자였다.당시의료진은밀러에관한증례보고서에“그녀가가장행복해할때는(…)외과의들의관심을한몸에받을때였다”,“그녀는며칠간음식을거부했으나,어떠한관심도주지않자다시음식을섭취했다”,“이증례의경우에는언제나히스테리컬한요소가있었다.(…)의료진의도움을받을수있는시간에만자해가이루어졌다”고적었다.의료진의관점은현재의‘자해러=관종’이라는인식과일맥상통한다.자해행동만큼이나자해를향한편견이유구한역사를지니고있음을구체적으로알려주는대목이다.
저자는행동주의가제시하는소거원리(어떤행동을발생시키는강화물을주지않음으로서행동을없애는원리)에따라의료진의관점과치료방식이일부이해는되지만,‘관심금지’보다더중요한원칙은적절한방식으로관심을주어야한다는조건이‘반드시’함께붙어야한다고꼬집는다.의료진이‘밀러에게관심을끄는일이그토록중요한이유가무엇인지’에는상대적으로관심이적었다는점은,오늘날자해를대하는우리의게으른태도와판박이처럼닮아있다.
저자는‘남성보다여성이자해를많이한다’,‘자해는주로리스트컷(손목자해)이다’라는흔한인식이생겨난과정도추적한다.미국에서1950년대에서1960년대초까지만해도손목자해는그렇게두드러지는현상이아니었다.그러다1960년대에미국동부의일부정신과의사들이‘손목자해신드롬’에관한논문을여러편내놓으며,‘커터(손목을긋는사람)’을개발하기에이른다.이들이내놓은논문에따르면“전형적인커터는매력적인젊은여성으로평균23세이며”“모든연구대상자가대인관계에서많은문제를경험했”다.(48쪽)
저자는“1960년대후반이되었을때,젊은여성들사이에서실제로리스트커팅이급증했는지,만약그렇다면여기에영향을준요인이무엇이었는지는불명확하다(47쪽)”는조심스러운태도를보인다.다만“문제는이‘리스트커팅신드롬’을다룬소위‘고전적논문’중13편이모두단4곳의병원에서,특정의견을공유하는의사들이생산했(50쪽)”기에혹시편향이있지는않을지의심한다.어떤사람들이하는행동을그저분석하는것과,그들이지닌서로다른특징을함께나열하고‘어떤행동을하는사람들’이라고부르며‘그들은대체로그렇다’고규정하는것은의미가전혀다르기때문이다.
누군가에게자해는진통제다
자해의정의와기능으로이해하는자해러들의진짜마음
자해연구자들이꼽는최초의자해자는스파르타의왕이었던기원전5세기의인물클레오메네스1세다.헤로도토스의《역사》에따르면,그는“칼을손에들자마자정강이부터허벅지,복부까지고기를썰듯잘게잘라버렸다”고한다.(22쪽)‘이게과연자해일까’싶은이행동은현대적의미의자해와는거리가멀다.현재정신건강연구자들이공식적으로정의하는‘자해’는‘비자살적자해’즉자살의의도가없는자해를뜻한다.2장에서는자해의정의뿐아니라자해를하는이유를살펴보는데,‘자해란무엇인지(77쪽)’,‘자살의도가있는자해와자살의도가없는자해는어떻게구분하는지(78쪽)’뿐아니라‘자해가자살위험을높이는지(80쪽)’,‘만약자해가자살위험을높인다면왜그런지(83쪽)’등이소상하게담겨있다.
2장에서특히주목할부분은‘왜누군가는자해를선택하고지속하는지’를다룬대목이다.(104쪽)심리학에서는이를‘자해의기능’이라고일컫는데저자는“기능이라는말에오해의소지가있으나구체적으로어떤원리로자해를시작하고유지하는지를설명하는중립적인말”임을밝히고들어간다.
자해의기능은주로‘2요인이론’으로설명된다.2요인은‘개인내적기능’과‘사회적기능’으로나뉜다.개인내적기능은한마디로말하면‘정서조절기능’이다.긍정적인기분이나감각을경험하거나부정적정서를완화하기위해자해를한다는의미다.사회적기능은말그대로대인관계에서영향을받거나대인관계에영향을미치기위한것이다.그러니까‘다른사람의관심을원해서자해를하는경우’가있기는있다.그러나그비율은전체중5~10%정도에불과하다.(17쪽)자해의정서조절기능은,오늘날사람들이자해를지속하는핵심적인이유로전체의66~81%(연구마다다르지만,대체로70%가량)를차지한다.
저자가인터뷰한자해당사자들이일상의언어로풀어낸말에서도자해의‘정서조절기능’을확인할수있다.그들은자해의기능을설명할때‘안정된다’,‘편안해진다’단어를사용했다.(107쪽)이밖에도‘살아있는느낌’,‘답답한게좀풀리는’,‘해방감’,‘카타르시스’와같은표현도등장했다.(108쪽)
인정하고싶지않을수도있으나,많은사람이정서조절을목적으로자해를한다.이는부정할수없는‘사실’이다.대체왜그럴까.저자는누군가에게자해는‘진통제’와비슷한역할을한다고조심스럽게말한다.
왜누군가는자해를선택하는가
자해로향하는다양한이유와경로들에관하여
정서조절이목적이든,타인에게자신의고통을알리고싶어서든,자신을처벌하고싶었든,자해는어느정도는힘든상황에서벗어나려는시도다.그러나대부분의자해는목적과다르게상황악화로이어진다.비용대비효율의측면에서대단히효율이떨어지는선택인것이다.
그러나이렇게비효율적인선택을했다고해서그들을비난해서는안되는데,그이유는자해가주는유익이높아질수밖에없는사람,선택의폭이좁아져있는사람이분명존재한다는데있다.
저자가‘쥐고태어난과자깡통’이라고표현한이‘좁아진선택의폭’을만드는요인은유전이나태어난지역,경제수준이나재난발생유무,따돌림,실직,빈곤,사회적으로소수자정체성을가지는것등다양하다.연구자들은이들중특히위험성이높은요인을추려내는데성공했는데,그중하나가‘아동기부정적경험이나학대’다.
책에는이새삼스러울것없는요인이어떻게자해로이어지는지를적나라하게보여주는심리실험의후일담이등장한다.바로해리할로의‘철사엄마원숭이,헝겊엄마원숭이’실험,그이후의장면이다.(141쪽)출생직후어미에게서분리되어6개월간사회적접촉을박탈당한원숭이가그들을취재하러온사진사를보고는자기털을뽑거나몸을긁거나손발을물었던것이다.저자는이새끼원숭이들이경험한것은학대의일종인‘정서적방임’인데원숭이에게정서적방임이이렇게치명적인결과를낳는다면,비슷한일을경험한인간에게동일한결과가있으리라유추할수있지않을까조심스럽게예측한다.(146쪽)
실제로저자가인터뷰를진행한자해당사자중3분의1은복합적인학대속에서자랐다고이야기했으며,한가지유형을학대를경험한사람은3분의2였다.(150쪽)저자는“이들의자해나정서적문제는,비록일대일의인과관계까지는아니라해도과거의학대와어떻게든연관이있었다”고말한다.(151쪽)
그러면서한편으로는,아동기학대라는‘내가선택하거나조절할수없는’요인때문에‘지금도이렇게힘든건가’싶어절망감을느낄독자들에게이렇게조언한다.“우리는과거를돌아보며자신을이해하면서도,스스로를덜나무라고자신을책임지는일을잊지않을수있다”고.
오해를넘어이해로
자해에있어과연회복이란무엇인가
책의마지막장은‘회복’을다룬다.그러나이책이‘회복’을다루는방식은조금독특하다.저자가견지하는조심스러운자세,이론적이지만따뜻한태도는‘회복’을다루는이야기에서가장두드러진다.치유를둘러싼자해당사자와치료자,주변사람의생각이미묘하게다르고복잡하기때문이다.
자해당사자중에는자해를자기문제중최우선순위라고느끼고스스로멈추고자노력하는사람이분명있다.그러나어떤사람은자해이야기를꺼내는일자체를망설이거나꺼린다.이들은대체로자해는‘진짜’문제가아니라고생각하며그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