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상처는 사적이지 않다 (국가 폭력과 사회적 참사가 새긴 트라우마의 차근한 회복을 위하여)

당신의 상처는 사적이지 않다 (국가 폭력과 사회적 참사가 새긴 트라우마의 차근한 회복을 위하여)

$22.00
Description
4․3 5․18 4․16 12․3… 누군가의 삶이 부서졌던 그날들 이후,
우리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또 어떻게 나아져야 할까.
‘함께 회복하는 민주주의’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깊은 성찰을 제시하는 책. - 우원식 | 국회의장

2025년 11월 서울중앙지법에는 붉은 꽃무늬 스카프를 두른 열세 명의 여성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5·18 성폭력 피해자 자조모임 ‘열매’의 일원인 이들이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에 대해 45년 만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관련 기사가 보도되면서 용기 있는 행보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그러나 국가 폭력과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때마다 늘상 따라다니는 싸늘한 시선도 여전히 존재했다. ‘진짜인지 어떻게 증명하느냐’ ‘그만 좀 하자, 진절머리 난다’ ‘얼마나 혜택을 받으려고 그러냐’ 등. 이 책은 그 오래된 ‘싸늘한 시선’을 향한 가슴 아픈 반박이자, 도전적인 제언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열매’의 자문의를 맡고 있는 정찬영은 5ㆍ18 민주화운동 피해자 외에도 세월호 참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을 오랫동안 치유해 왔다. 그 과정에서 이들의 악몽이 긴 시간 후에도 끝나지 않는 이유와 해결책을 깊이 연구할 수 있었다.
그는 책에서 다양한 트라우마 감정들, 즉 외상적 슬픔, 독성 수치심, 산 자의 죄책감, 도덕적 손상 등이 실제로 어떤 양상으로 발현하며 이를 회복할 방법이 무엇일지, 피해자들의 인터뷰와 함께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나아가, 이런 사건의 주역이 계속 나타나는 이유를 정신과 의사 특유의 관점으로 짚어보며, 정치인ㆍ종교인 나르시시스트와 그들의 추종자들이 얽히게 되는 메커니즘, 이를 막기 위한 구조적인 해법을 살펴본다. 무엇보다, 두 번 다시 우리 사회에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방안에 대해 지금껏 어느 책에서도 들려주지 않았던 종합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점점 외집단에 대한 혐오가 깊어지고, 사회적 트라우마의 피해자를 2차 가해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그가 제시하는 ‘탈 극단주의 센터’나 ‘시민 감정 교육’이란 해법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저자

정찬영

2013년부터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국가폭력생존자와유가족을대상으로증언치유를해온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5·18민주화운동,세월호참사,학동붕괴사고,제주항공여객기참사등의집단트라우마사건피해자및유족과학생자살등의학교위기사건당사자,화순PC방노예사건피해자,탈성매매여성등사회적트라우마로고통받는이들을치유하고돕는일들에참여해왔다.증상중심의개인적치료를넘어공동체에기반한사회적회복을지향한다.2021년오월어머니상을수상했고,현재광주동명병원원장으로일하고있다.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자문의,12·29여객기참사피해자지원및희생자추모위원회위원,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교육부위원장등으로도활발히활동중이다.함께쓴책으로《그대의마음에닿았습니다》가있다.

목차

프롤로그_과거와현재의선한별들

1부_과거가나를돕는다

1장_남은자의가눌길없는비탄
지속적비탄장애의이유|슬픔이삶을물들이다|외상적애도경험|슬픔은사라짐과영원함사이의갈등|애도에모범이있는가

2장_산자의죄책감을품고산다는것
생존자죄책감은어디로이어질까|도움을거부하는마음|그들에게진정필요한것|희생의의미를찾을때

3장_독성수치심에서벗어날수있는가
최적의수치심을향해|죽음과가장가까운감정|학대는수치심을영혼에새긴다|수치심과격노의위험한사이클|이악순환에서벗어날수있는가|건강한사회적감정이되려면

4장_우리에게트라우마란
기억에일어난지진,PTSD|트라우마치료의핵심기제|그날,집단기억은어떻게작동했는가|트라우마를말로표현하기어려운이유|트라우마를공감하는것이가능한가|끈기있는관심과주의력

5장_내란성울분장애와계엄군의도덕적손상
내란성울분장애|12·3계엄이불러온트라우마의재경험|부당한명령에의한도덕적손상|베트남전의악몽과회복적정의|사람이사람을살해한다는것

6장_우리곁의나르시시스트들
어둠의삼위일체|무엇이세상을정글로만드는가|나르시시스트의유형|나르시시스트가만들어지기까지|완전히피할수없다면

2부_과거가우리를돕는다

7장_정치인나르시시스트와영적나르시시스트
권력은나르시시스트의치트키|나르시시스트가왕국을만드는법|영적나르시시스트와마주친오월어머니|유일신근본주의와정치적극단주의가결합하면|나르시시스트의그늘에서벗어나기

8장_계엄군의성폭력이만든섬
계엄에고개드는성폭력|국가폭력과손잡은성폭력의파괴성|몸과마음,생애에끼친영향들|존엄성을산산조각내는성고문|치유로가는길

9장_공동체를뒤흔드는국가폭력트라우마
트라우마의물결효과|국가폭력이새긴상흔|세대를건너남겨지는유산|생채기깊은나무들로우거진숲

3부_과거가미래를돕는다

10장_고통은의미를얻을때극복된다
우리사회의파편화현상|치유의물결효과|집단증언치유와집단간증언치유|탈극단주의센터의필요성|시민감정교육이가져오는효과들|회복탄력성의생태계를위하여

에필로그_선한시민들과함께지은지혜의전당
끝나지않은이야기_12·3계엄이실행됐다면

출판사 서평

독성수치심,외상적애도,산자의죄책감,도덕적손상…
지독한트라우마감정은,결코사적이지않다

“대통령이느닷없이TV에나와비상계엄을선포한다고떠들잖아요.날벼락이었어요.아들의희생으로어떻게만든민주주의인데.(…)5ㆍ18이다시일어난것만같았어요.계엄이라고하면그날(5월27일)아침이생각나요.오메!도청앞에서사람다죽여놓고즈그가승리했다고군홧발쾅쾅울리면서군가부르던기억이떠올라요.”“내란을일으킨사람을어째서석방시킨대요.그사람나온다고하니심장마비올것같애요.내마음을어떻게할줄모르겠어요.이나라가어떻게될까요.”
한강작가의소설《소년이온다》의등장인물‘동호’의모티브가된고문재학열사의어머니김길자님은2024년12월3일계엄선포후,저자와나눈통화에서이런심정을토로했다.실제로,5ㆍ18민주화운동피해자중에트라우마재경험을호소한이는한둘이아니었다.무려45년이지난일임에도그들에게국가폭력에대한두려움은여전히현재진행형인것이다.
대체손에잡히지조차않고측정마저불가능한이상처는왜이토록오랫동안그들을,또우리를괴롭히는것일까.이책은바로이지난한의문에서출발한다.
오랜시간국가폭력및사회적참사피해자를치유하고연구해온저자는이들이시달리는트라우마감정을몇가지로나누어상세히분석했다.그중스스로를자기의심과자기부정으로마비시키는‘독성수치심’은방어기제로서‘분노’를불러오고이격노가또다시수치심으로이어진다는점에서특히헤어나오기힘든악순환을보여준다.저자는정작수치심의가해자는책임만큼지분을가져가지않으면서피해자홀로오롯이그것을감당해내는것을지켜보며,이불공평한분담을‘수치심의불공정’이라일컫는다.그리고자기혐오에빠진피해자에게이개념을제시하면서그들스스로자신을친절하고이해심있게대하는자기연민을갖도록이끈다.
그는부당한명령이나불가항력적인상황으로인해비윤리적인경험을하게된이들에게발생하는‘도덕적손상’에도주목했다.주로전투에참여해인명살상등의임무를부여받은군인들에게자주나타나는이증상은12ㆍ3계엄후계엄군들에게도일부나타난것으로조사되었다.이외에도사랑하는대상을폭력적이거나예기치못한방식으로잃게되었을때극심한슬픔으로애도반응이중단되거나왜곡되는‘외상적애도’와,희생자들을먼저보내고남은자들이느끼는‘생존자죄책감’에대해서도깊이있게다루며,각각의회복방안에대해서도짚고있다.

트라우마는물결처럼번져나간다
이는역으로도가능하다.회복도,결국물결처럼온다

사회적트라우마는개인에게그치지않는다.자연재해,대형참사,국가폭력사건,테러나전쟁등이발생한후공동체내에는우울증,불안,PTSD등정신건강문제가물결처럼번져나간다.뒤이어직접피해를입지않은이들역시생존자죄책감을비롯해트라우마감정에시달릴수있다.세월호사건을지켜보며전국민이느낀짙은절망감을생각하면이해가쉬울것이다.
이렇듯트라우마가그것을직접경험하지않은집단에게까지번져가는것을‘물결효과’라고한다.저자는이것을역으로도일으킬수있다고강조한다.이를위해서는집단치료와피해자의공동체활동,집단증언이나사회적기억활동,시민사회의연대등이필수적이다.
피해자들의회복에가장중요한것은‘인정’과‘의미찾기’이다.즉,내가겪은고통이실제로발생한것임을사회적으로인정받는것그리고이희생이어떤식으로든무의미하지않았음을깨닫는것이다.이를위해서는개인적차원의치유도중요하지만사회적차원의움직임이절실하다.
그런점에서증언치유는중요한해법이될수있다.이는피해자에게감정적지지를경험하게하는동시에,여러참여자의기억이서로덧대어지면서‘사적인이야기’가‘공적으로검증된기억’으로전환되도록한다.그과정에서그들의무고함과고통의생애사를공동체가인정해주는사회적증명이일어난다.한발더나아가,피해집단과가해집단,서로다른피해집단,갈등양측공동체등이만나는‘집단간증언치유’도눈여겨볼만하다.쉬운일은아니다.부작용도존재한다.하지만그동안악마화하고불신했던상대와의인간적연결을회복할수있다는점에서시도할가치는충분하다.
저자가궁극적으로주장하는것은이런집단트라우마를관장하고사회적자본을강화하기위해국가가나서야한다는점이다.바로여기에사회적트라우마사건들의피해자들을두고‘그만좀하자,진절머리난다’고말하는이들에게건네는대답이숨어있다.지금껏국가는‘그만좀하라’는말이나올만큼한것이없었다.참사이후진상규명은관련분야에문외한인유가족들의몫이되어버린경우가허다했고,국가폭력사건에대해서도이를책임져야할국가는은폐와부인주의로일관하곤했다.그럼에도잘알지못하는이들은피해자들에게무분별한2차가해를퍼부었다.
제대로치유된적없으므로그들의상처는곪아갔고,분노는쌓여갔다.그결과,그들의생애는글로다담지못할만큼무너져내렸고,그영향은자녀세대에까지뻗어갔다.저자는묻는다.

“살해협박과윤간후유산,냄새나군인등의단서에의한트라우마재경험,성생활장애와부부불화,직업기능의손상,우울증,수치심과두려움,대인관계의어려움과같은그의긴생애사적고통을,국가는과연피해범위에담아낼수있을까?”(8장계엄군의성폭력이만든섬/p.203)

책에는실제피해자들과유족들의생생한인터뷰가고스란히실려있다.저자는우리가이들의고통에공감하고서로연결되는동안집단트라우마로인한분열과갈등도서서히통합되어갈것이며,그것이민주주의로가는느리지만단단한길이라고이야기한다.내것혹은내가족이나이웃의것이되었을지도모를타인의고통에공감할준비가되어있다면숨죽이고이책을펼쳐보길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