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자세라는 착각을 넘어 스스로 조절하는 필라테스 수업
저자는 평생 몸을 움직이고 몸의 움직임을 가르쳤다. 30여 년을 무대와 강단, 매트 위에서 보냈다. 수많은 사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지도했지만 자부심보다 결핍이 컸다. 발레를 늦게 시작했고 체형도 유리하지 않았다. 남들보다 더 연습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오랜 시간 몸을 단련했지만 통증이 반복해서 찾아왔다. 평생 몸을 도구로 살면서도 정작 내 몸이 왜 아픈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나는 내 몸을 알고 있는가?”
이 질문의 끝에서 필라테스와 요가를 만났다. 통증은 왜 반복되는지, 어떤 움직임이 편안하고 어떤 움직임이 부담스러운지, 지금까지 익숙하게 해온 방식이 내 몸에 적절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공부를 이어가면서 몸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동작의 모양과 완성도가 아니라 동작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주목하게 됐다. 관절은 어떤 순서로 움직이는지, 근육은 어떻게 힘을 나누어 쓰는지, 호흡은 몸통의 안정성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뇌와 감각은 움직임을 어떻게 배우고 조절하는지를 살피기 시작했다.
움직임은 단순히 근육이 뼈를 당겨 만들어내는 결과가 아니었다. 신경계가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고 현재의 몸 상태와 환경을 판단한 뒤, 여러 관절과 근육을 조율해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과정이었다.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부위와 사용하는 전략이 다른 것도 그래서였다.
따라서 좋은 움직임을 하나의 모양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얼마나 유연한지, 다리를 얼마나 높이 드는지, 얼마나 아름다운 선을 만드는지만으로 몸을 설명할 수 없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상황에 따라 힘과 속도, 호흡과 가동 범위를 조절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 사실을 이해하자 또 다른 질문이 저자를 때렸다.
“나는 회원들의 몸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같은 설명을 들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움직이고, 같은 자세를 취해도 몸이 받아들이는 부담은 다르다. 관절의 구조와 근력, 유연성뿐 아니라 통증의 경험, 수면과 피로, 운동 경험과 심리적 긴장까지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 다시 배움의 길로 들어섰다. 해부학을 통해 몸의 구조를 살폈고, 운동역학을 통해 힘과 움직임의 관계를 공부했다. 운동생리학을 연구하며 운동이 근육과 심폐계, 대사와 염증 반응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탐구했다. 요가를 통해 호흡과 움직임의 연결을 이해하고, 몸과 마음의 상태를 서두르지 않고 바라보는 태도도 익혔다. 나를 믿고 몸을 맡긴 사람에게 더욱 안전하고 정직하게 다가가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공부였다. 지도자는 경험과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를 갖추어야 했다.
몸에 관해 밝혀진 것은 많지만 단정하기 어려운 게 많다.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몸을 모두 아는 것이 아니며 오랫동안 지도했다고 모든 사람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판단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더욱 세심하게 관찰하고 근거를 확인하며 결과에 따라 방법을 조절해야 한다. 과학적 지식은 정답을 선언하기 위한 권위가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세우고 판단의 오류를 줄이기 위한 기준이다.
몸은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의 몸도 매일 같지 않다. 어제 편안했던 동작이 오늘 불편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지도자는 회원의 몸을 틀에 끼워 맞춰선 안 된다. 관찰하고 확인하며 몸의 반응을 살피고 필요에 따라 방법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회원 역시 지도자의 지시를 따르는 데 머물지 않고 자신의 감각을 이해하며 스스로 움직임을 선택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절부터 저자의 마음속에 ‘새싹’과 ‘봄’이 머물러 있었다. 작은 새싹을 돌보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었고, 얼어붙은 땅에서도 생명이 움트듯 몸에도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 왔다. 바른 움직임을 통해 바른 몸을 만들어가는 ‘바움BAUM’은 그렇게 탄생했다. 바른 몸은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필요한 움직임을 선택하며 일상과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몸이다.
누군가의 몸을 이상적인 자세에 억지로 맞추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각자의 몸을 이해하고 스스로 건강하게 움직이도록 돕는 것, 그것이 내가 믿는 움직임 교육의 본질이다. 현장에는 서로 다른 갈증을 지닌 지도자와 회원이 많다. 지도자는 움직임의 원리를 이해하고 안전하게 판단할 기준이 필요하고, 회원은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솔직한 필라테스 코칭&러닝』은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 이 책은 완벽한 전문가가 제시하는 정답지가 아니다. 늦게 시작했기에 더 치열하게 움직였고, 부족했기에 더 깊이 공부했으며, 현장에서 수많은 몸을 마주하며 끊임없이 질문한 한 지도자의 기록이다. 동시에 해부학과 운동역학, 운동생리학과 운동학습의 원리를 필라테스 현장의 언어로 풀어낸 실용적 지침서다.
‘코칭’은 한 사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적절한 과제를 제안하며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는 과정이다. ‘러닝’ 역시 감각하고 시도하고 실패한 뒤 다시 조절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움직임을 새롭게 조직해가는 일이다. 몸은 우리가 말로 설명하지 못한 상태를 움직임과 감각으로 정직하게 드러낸다. 호흡이 가빠지고 특정 부위가 긴장하며 움직임의 속도와 범위가 달라지는 작은 변화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그 신호를 무시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차분히 관찰하는 순간 바른 몸을 향한 배움이 시작된다.
저자는 이 책이 지도자에게 움직임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단단한 기준이 되고, 회원에게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아끼는 친절한 안내서가 되기를 바란다. 과학적 근거를 따르되 사람을 숫자로 보지 않고 전문성을 갖추되 몸에 정답을 강요하지 않으며 쉬운 언어로 설명하되 움직임의 본질을 가볍게 다루지 않는 책을 만들고자 했다.